지난해 5월,군 제대 후 복학을 미룬 채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모은 70만원이 창업 자금의 전부였다. 사실상 ‘맨손’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울 중화동 이모댁의 2평 남짓한 쪽방에서 창업 아이디어에 골몰하다 개집을 뜯어 액세서리 판매 창고를 만들고 프린터 등 사무기기를 들여놓은 뒤 인터넷 쇼핑판매에 도전했다. 귀고리,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옥션(www.auction.co.kr) 등에서 팔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첫 달 매출은 30만원. 거기서 이것 저것 제하고 나면 수익금은 수만원에 불과했다. 실망스러웠지만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날 이후 밤잠을 설쳐가며 경영학 서적을 섭렵하고,길거리 사람들의 패션을 배우고,인터넷쇼핑몰의 인기상품을 분석했다. 불황기의 판매 법칙과 철학도 몸으로 익혔다.
10개월이 흐른 올 2월. 그는 월 평균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장’으로 바뀌었고,옥션 대학생 판매왕까지 거머쥐었다.
대학생 신진욱(24·대전 목원대 건축학과 2학년)씨.
대학 방학기간인 지난해 12월16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두 달간 옥션에서 판매활동을 한 대학생 중 매출 실적과 구매자 만족도 등이 우수한 인물을 뽑는 ‘제2회 옥션 대학생 판매왕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I can do it,I must do it 입니다.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게 없지요.” 그는 현재 자신의 인터넷쇼핑몰 ‘엔비(www.envyshopping.com)’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도 2명이나 두었다. 창업 시장에 뛰어든 지 1년도 채 안돼 액세서리 전문업체의 위풍당당한 수장으로 거듭난 신씨.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해 군 제대 이후 우연히 서울 이화여대 앞을 서성이던 신씨는 불황 속에서도 액세서리 가게들은 번성하는 것을 보고 ‘아,이거야!’라며 무릎을 쳤다. 돈도 없고,아는 사람도 없던 그는 장사 잘 되는 가게의 처음 보는 사장을 졸라 힘겹게 남대문 시장 거래처를 소개받았다.
어렵게 뚫은 거래처였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아직 여드름기가 남아 있는 애송이라며 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떼달라는 그를 외면한 것. 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거래처에 들러 출근 도장(?)을 찍으며 끊임없이 상인들을 설득했다.
그 성실성에 감탄한 상인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어이”로 그를 부르던 상인들이 어느 순간 “신 사장! 우리 물건 좀 잘 팔아줘요”라며 찾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신씨도 많은 것을 터득했다. 불황기에는 액세서리가 1만원이 넘으면 판매하기 어렵다는 것,상품은 타 업체와 반드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등. 이제는 해외교민까지 신씨의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물건을 찾을 정도가 됐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내가 일할 자리가 없다고 비관할 시간이 없어요. 돈이 없고 일자리가 없으면 발로 뛰면 됩니다. 남대문 시장을 돌아보면 틈새 시장이 얼마나 많은데요.” 신씨는 ‘자기 경영’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20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자기 경영의 성과가 가장 크니까요. 저는 ‘엔비’를 잡화전문 수출업체로 키워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액세서리의 위상을 높일 겁니다.” 신세대 사장의 당찬 꿈이다.
서지현기자 s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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